지니의 여행과 글
변덕스런 카트만두의 4월처럼
지니와 유니
2018. 4. 11. 02:05
네팔의 4월은 천둥과 번개 그리고 우박을 연상하게 하는 날씨이다.
이미 지나간 건기와 다가올 우기의 다툼과 같이 날씨가 변화무쌍하다.
카트만두 도시 안에서 비가 오는 곳, 해가 뜬 곳, 돌풍이 부는 곳, 우박이 내리는 곳 다양한 모습을 드러낸다.
좁은 뒷마당 그늘막에 심겨진 두 그루의 자두에서 꽃이 피더니, 갑자기 내린 비로 한 나무는 제대로 열매를 맺지도 못하고 일년을 끝내고 말았다.
열심히 살았던 것 같은데, 남들과는 조금 다르게 살아 온 것 같은데 때때로는 외롭다.
때때로는 그립다. 때론 텅 빈 듯 하다.
수 많은 편지를 보내도 답장은 몇 장 돌아오지 않는다.
그래 세상 살아가는 것이 힘들지.
시대가 바뀌어 누가 메일이나 보면서 사는가.
바로 옆에 누군가가 있는데, 저 멀리 있는 사람과 톡을 하는 시대이지 않은가?
거리와 상관없이 사람은 누구나 외롭다.
그 옛날, 수 개월에 걸쳐서 편지가 오가던 시대도 아닌데, 참 멀게만 느껴지는 것은 기분 탓일까?
조금만 손 내밀면 닿을 것 같은데, 손은 늘 허공에서 논다.
누군가의 힘든 어깨를 신경 써 줄 여력이 없이 살아가는 하루 하루.
혼자 걸었던 수 많은 날들과 외롭던 그 오지의 길들.
변덕스런 4월의 날씨처럼. 마음이 싱숭생숭하다.
내 고향 진해에는 허드러지게 왕벚꽃이 피었을텐데...
네팔에서는 한국에 있는 사람들이 그립고, 한국에 가면 네팔의 가족들이 그리워진다.
나이가 들어가는 걸까?
네팔의 반개종법으로 인해서 괜히 마음에 걱정이 이래저래 생겨서 일까?
가보지 않은 길, 해보지 않은 일.
시간은 이미 흘렀고, 다시 그 시절은 돌아오지 않음을 알지만.
아직도 많이 남았을까?
그리고 그 남은 길을 처음 마음처럼 걸어 갈 수 있을까?
책임져야 하는 일도, 책임져야 하는 가족도 많다.
상의할 사람도, 함께 할 사람도 없이 그렇게 오랫동안 혼자 짊어진 짐.
그리고 아직도 가야 할 길은 멀고, 짐은 점점 무거워진다.
그래도 감사할 일이 가득하다. 그런데.....
그렇게 인생이란 변덕스런 4월의 날씨와 같다.
그리고 한 그루의 나무에서는 꽃이 떨어져 세월을 허송한 것 같지만, 또 다른 한 그루에는 탐스럽게 자두가 익어간다.
계산은 나중에 하게 될 터. 너무 고민하지 말라는 뜻일까?
내가 기대한 것에는 상급이 없을지라도, 또 다른 무언가에서는 열매가 맺히는 일들이 있을런지 어찌 알겠는가?
누군가에게 말했다.
열심히 하는 것보다 잘 하는게 중요하다. 본인은 열심히 하지만 잘 하지 못하는 일에 평생을 투자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그런데 잘 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그 일이 올바른 일인가이다.
나는 올바른 길을 걷고 있는 것인가? 나의 열매는 좋은 열매인가?
변덕스런 날씨에도 해는 뜨고 비는 내려 열매를 자라게 해 주듯.
기쁨과 울음은 한 자리에 있고, 울며 씨를 뿌린자는 기쁨으로 단을 거두리라.
고난 뒤에 영광이 함께 하는 것은 세상의 이치, 진리.
가족들이 모두 잠든 밤에 괜히 끄적여 보는 내 마음의 언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