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니의 여행과 글

잃기 전에 깨닫는 은혜

지니와 유니 2018. 8. 6. 09:26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이 있습니다.

소를 잃었지만 외양간을 고쳐서 새롭게 시작하려는 의지를 표현할 수도 있는 문장이기도 하지만, 대부분 뒷북을 치고 있다는 뜻입니다.


돈을 잃으면 조금 잃는 것이고, 명예를 잃으면 인생의 많은 것을 잃은 것이고, 건강을 잃으면 다 잃은 것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돈이 없어도 명예가 별로 없어도 건강하기만 해도 인생이 참 행복해 질 수 있습니다.

늘 가능성이 열려 있습니다.

그런데 돈과 명예에 목숨 걸다 건강을 잃는 사람들이 너무 많습니다.


어릴 때 조금은 허약체질이었던 저는 감기만 걸리면 코피를 흘리고, 군대 가는 날도 코피를 쏟았던 사람입니다. 그래도 주님의 은혜로 군대에서 체력이 좋아져서 지금은 다른 사람들이 원래 제가 건강했던 것으로 오해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감사하죠.


네팔에서 19년째 살면서 병원입원한 적은 한번도 없습니다.

병치레는 있었지만 건강하게 19년째를 맞았습니다.

물론 꽤 아팠던 적도 있기는 합니다. 후물라정탐 3주를 갔다와서 1주일을 꼬박 드러누워 있었던 적, 운동을 하다가 넘어져서 갈비뼈를 다쳤는지, 제대로 앉지도 일어나지도 못했던 1주일.


고혈압이 조금 있고, 간혹 두통이 오지만 그래도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죠.


그런 저에게 구안와사(안면마비)가 왔습니다.

몇 일 전부터 양치를 하면 물이 옆으로 새고, 눈이 뻑뻑하던더니 알고보니 구안와사 초기였던 것이었습니다.

지금(8월 6일)도 오른쪽 눈은 세게 감지 않으면 다 감기지 않고, 입술도 조금 찌그러졌습니다.


바이러스성이라 약물치료하고 물리치료하면 거의 완치된다고 하고, 아주 심한 상태는 아니라 조금 당황스럽기는 하지만 그나마 다행이다 여기고 있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도 잘  깜빡여지는 눈이 은혜였다는 사실.

오 라는 발음이 자연스럽게 나오는 입술모양.

평상시에는 상상도 못하는 은혜입니다.


가까이 있지만 소중한지 모르는 은혜들.


자만하지 말고 살라고, 사소한 것도 소중하게 여기며 살라고 주신 은혜 같습니다.


비가 엄청 오는 우기철입니다.

지긋지긋하다고 하는 우기철의 비.

하지만 저 비가 없으면 농사가 안 되고, 겨울철 식수도 해결이 되지 않습니다.

많이 부어주실 때 거저 감사하면서 받기만 하면 되는 은혜.

그리고 조금 부족할 때는 아껴 쓰는 지혜.


뭐든 있을 때 잘 하고, 있을 때 고맙다고 하고, 있을 때 잘 사용하기를.

늘 그렇게 마음 먹고 살지만, 잃기 전에는 깨닫지 못하는 어리석음을 또 한번 깨우쳐 주시는 시간.

모든 것이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