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아이러니
어제는 동생과 대학병원에 가서 진단을 받았습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공무원연금을 어머니가 받으시게 되는데, 그 전에 장애인인 남동생의 장애인 신청을 해야 합니다.
공무원연금은 15등급까지 장애등급을 나누고, 그 중에 7등급까지만 연금 혜택이 주어집니다.
1살 때 고열로 뇌성마비를 시작한 동생을 생각하면 당연히 장애인 등급이 되겠지 하였는데, 생각보다 7등급 안에 들어가는 것이 쉽지 않다는 걸 알았습니다.
장애가 있어서 일상생활과 노동을 하기 힘들다는 것을 증명해야 하는 것입니다.
언어능력과 운동능력을 측정하고 뇌CT를 찍었습니다.
이러면서 생긴 딜레마.
장애등급이 높으려면 장애가 심해야 하는 걸 증명해야 하니, 장애정도가 높아야 하고
남은 생 살아갈 것을 생각하면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는 건강했으면 좋겠고.
판단하기에 6~8등급 사이에 있다보니, 조금 잘 나오면 연금이 안 나오게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형으로 동생의 장애가 심하기를 바라기도 마음이 내키지 않습니다.
챨리채플린이 말했죠.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
남들에게 웃음을 주었던 최고의 코미디언이었지만, 본인은 참으로 불행한 삶을 살았던 그.
장애인 등급이 나와서 연금을 받으면 좋겠습니다.
그런데, 그 장애가 너무 높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참 욕심도 많습니다.
어떤 친구들은 군대를 가기 싫다고 합니다.
그 마음 이해가 갑니다.
그런데 어떤 사람은 군대를 가고 싶어도, 이런 저런 이유로 갈 수가 없습니다.
특히 장애인의 경우라면...
어떤 것을 선택하고 싶나요?
그냥 평범하다는 것이 주는 큰 혜택.
평범하게 보고, 평범하게 듣고, 평범하게 말하고, 평범하게 걷고, 평범하게 손을 쓰고, 평범하게 숨쉬고, 평범하게 생각하고, 평범하게 평범하게 평범하게...
그 평범함이 어떤 이에게는 정말로 누리고 싶은 일상임을 오늘도 기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