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소설) 미리암
성경의 내용을 각색하다보니 사실이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이 드는 인용입니다.
사실과는 다를 수 있어도 제가 받은 느낌을 소설로 옮겼습니다.
이 여인의 상황이 실제와는 다를 수 있음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미리암.
그녀의 이름은 미리암입니다.
그녀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눈빛이 동정에서 경멸에서 부러움으로 바뀌었던 삶을 생각하며, 마당에서 뛰어 놀고 있는 사무엘을 사랑의 눈길로 보고 있는 그녀에게 따스한 햇살이 내리쬐는 기분 좋은 오후입니다.
지금의 행복이 혹시 달아나는 것은 아닐까? 걱정을 했던 순간도 있지만 그날을 생각하면 또 다시 얻은 생명으로 인해 그리고 지금 주어진 많은 행복들로 인해 또 다시 그녀의 눈가에 이슬이 맺히고 태양 빛에 아름답게 반짝입니다.
그녀의 어린 시절은 별로 유쾌하지 못한 기억들로 가득합니다.
아빠에 대한 기억이라고는 겨우 자신의 나이 4살 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가족이 함께 했던 나들이에 대한 기억뿐 입니다.
물론 아빠에 대한 기억이 나쁠 리가 없습니다. 아빠에 대한 기억이 겨우 하나인데 다행히 함께 즐겁게 지냈던 한 나절이니까요.
다른 도시로 가서 일하던 아빠가 돌아가셨다는 얘기를 미리암이 다섯 살일 때 들었습니다.
아빠와 같이 산 기억이 없기에 아빠가 다시 돌아올 수 없다는 얘기가 무슨 의미인지 미리암은 알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왜 어른들이 그런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았는지 그 때는 알 길이 없었습니다.
그녀는 바라보던 그 눈빛이 동정의 눈빛이라는 것을 미리암은 9살이 되어서야 알 수 있었습니다. 아빠랑 같이 살아 본 기억이 없기에 다시 아빠가 돌아 올 수 없다는 이야기를 이해하지 못한 미리암이지만 그 후에 생활이 그 전과는 다르다는 것을 모를 정도의 나이는 아니었습니다. 그 전에도 엄마가 자주 일을 나가긴 했지만 매일 매일 일을 나가지 않았는데, 그 이후에는 엄마를 보는 것이 힘들어졌을 정도였습니다.
자주 울던 엄마의 모습, 밤이면 끙끙 앓던 모습.
다른 아이들은 가지고 노는 장난감을 한 번도 가져 본 적이 없는 어린 시절.
간혹 아빠도 없는 아이라고 놀려대던 아이들.
늘 크고 철지난 옷들을 입어야 했던 나날들.
동네에 함께 살던 친구들의 옷이 다 바뀌고 한참 후에야 그 친구들이 입던 옷을 엄마가 가져오셔서 입혀 줄때는 집 밖으로는 나가고 싶은 마음이 없어지곤 했던 미리암이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쳐다보건 말건 엄마도 없는 집에 하루 종일 있는 것보다는 아이들이 뛰어노는 동네 공터에라도 나가 있는 것이 덜 심심했기에 그녀에게는 동네 우물가는 좋은 놀이터였습니다.
그렇다고 동네아이들이 늘 그녀를 괴롭히거나 했던 것은 아닙니다.
미리암은 마음도 착하고 예뻤기에 특히 동네 남자 아이들은 미리암과 놀기를 좋아했습니다. 하지만 그 놀이도 나이가 들어가자 아이들은 모두 동네에 있는 학교를 다니게 되었고, 자신은 엄마가 갖다 주는 일거리를 집에서 해야 했기에 그렇게 긴 시간이 될 수는 없었습니다.
그녀를 특히 좋아하던 녀석들은 단과 시므온이었는데 자주 그녀의 집에 와서 그녀를 불러내곤 했습니다.
단과 시므온의 집은 동네에서는 제법 명성이 있는 집으로 아버지들 간에는 서로 경쟁을 하는 집안이기도 했습니다.
그녀의 나이가 점점 들어가며 이웃 동네까지 다 합쳐도 그녀보다 예쁜 여자는 없다는 소문이 돌 정도가 되었을 때에는 단과 시므온이 농담 삼아 자신의 신부가 되어달라고 하기도 했습니다.
그녀는 시므온보다 단을 더 좋아했는데 단의 섬세하게 생긴 얼굴과 다정한 모습이 그녀의 마음을 늘 설레게 했습니다.
단과 결혼이라니!
자신의 형편을 생각하면 도저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지만 단과 시므온이 집으로 놀러오는 날이면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던 하루는 단이 자신은 아버지의 말씀에 따라 도시로 가서 공부를 하게 되었다면서 2년 안에 돌아올 테니. 꼭 자신을 기다려 달라면서 반지 하나를 주고는 도시로 갔습니다.
그녀의 나이 17살. 다른 친구들은 이제 곧 하나 둘 결혼을 하기 시작할 나이에 누군가를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 쉽지 않고, 기다려도 결혼을 할 수 있다는 보장이 없지만 그녀는 단을 사랑하고 있었기에 그러겠다고 말을 하고 말았습니다.
단이 떠나고 3일 후 시므온이 그녀에게 와서는 이렇게 말을 했습니다.
“단도 너를 좋아하는 것 같고, 너도 그런 것 같아서 말을 못했지만 나, 너랑 결혼하고 싶어. 나랑 결혼해 줄래”
미리암도 시므온을 싫어하지 않았기에 며칠만 일찍 왔더라면 깊이 생각을 해 보았겠지만 지금의 그녀로써는 말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단지 미안하다는 말밖에는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 하지만 우리 계속 친구인거지. 그리고 내가 널 사랑한다는 것은 잊지 말아줘. 혹시 마음이 바뀌면 꼭 나에게 알려줘”
그렇게 말하는 시므온 앞에서 그녀는 단과의 관계를 차마 말할 용기가 없었습니다.
‘그래 좋은 친구로 지내면 되는 거지.“
간혹 들려오는 단의 소식을 듣는 것이 그녀에게는 기쁨이었습니다.
그리고 여전히 변함없이 찾아와 함께 말동무가 되어 주는 시므온에게 언제나 미안한 마음이 드는 그녀였습니다.
이렇게 하루하루 살아가는 그녀에게 불행이 닥친 것은 단이 떠난 지 8개월 후였습니다.
며칠 시름시름 앓던 엄마가 갑자기 세상을 떠나버린 것이었습니다.
이제 그녀는 곁에 누구도 없는 고아가 된 것입니다.
세상에 의지 할 곳이 없는 현실.
단에게 소식을 전해 보았지만 소식을 받지 못했는지 아무런 연락을 받을 수가 없었습니다.
아마 시므온이라도 곁에 없었더라면 그녀는 자살이라도 하고 말았을 것입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시므온의 좋은 점이 보이면서 그녀의 마음에 사랑의 마음이 자라고 있었습니다. 그녀의 힘든 시기에 함께 해 준 사람. 그리고 그녀를 진심으로 사랑해 주고 있는 사람.
하지만 그녀는 단과의 약속을 어길 수는 없었습니다.
2년 후에는 돌아 올 것이라 말했던 단. 그리고 자신과 결혼을 약속한 사람.
그녀는 힘들고 어려운 시기를 만날 때마다 곁에서는 시므온의 따뜻한 마음을 느끼며,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어려움을 이겨내고 있었습니다.
엄마가 일하던 곳에 나가서 하루하루 날품팔이 같은 생활을 하는 그녀지만 희망을 버리지는 않고 살았습니다.
이제 더 이상 나빠 질 것이 없다는 생각도 있었겠지만, 서서히 알게 되어가는 하나님에 대한 신앙이 그녀를 지탱해 주는 힘이었습니다.
그리고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있는 이사벨과 룻에게서 자주 들었던 한 랍비의 이야기는 그녀의 마음을 울렁이게 하는 일이었습니다. 그 랍비와 함께 다닌다는 안드레는 한참 세례요한의 소문이 있을 때, 그녀의 어머니와 직접 요단강에 가서 만난 적도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배고프고 가난한 자에게 복이 있을 것이라는 말씀을 하신다는 랍비의 소문은 시므온을 통해서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녀는 자신의 불행도 불행으로 여기지 않으며 살 수 있는 힘을 얻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런 와중에 들려오는 단의 소식은 학교를 잘 다닌다는 이야기, 바리새인들의 공회에 회원이 되었다는 이야기, 학교를 다 마쳐가서 곧 마을로 올지 모른다는 이야기 등이었습니다.
그런데 가을바람이 실내를 더 춥게 만드는 11월의 어느 날 이사벨로부터 들은 이야기는 그전에 듣던 이야기와는 전혀 다른 것이라 그녀를 긴장 시키는 것이었습니다.
얼마 전에 단의 아버지가 단이 있는 도시로 간 적이 있는데 그것이 단이 곧 그 도시에 사는 바리새인의 집안과 결혼을 하게 되어서라는 것과, 단의 식구들이 모두 도시로 이사를 갈 것이라는 소문이었습니다.
설마…….
소문은 소문일 뿐이라고 생각을 하면서도, 2년 동안 자신에게 겨우 두 번 밖에 소식을 전해오지 않은 단의 태도와 이미 마을에는 자자하게 난 소문으로 인해 좌절이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무런 확정된 것도 없이 기다린 2년. 단의 약속만을 믿고 기다렸는데…….
이제 아무 것도 가진 것도 의지 할 것도 없는 미리암은 날마다 지쳐갔습니다.
그렇게 무미건조한 삶을 살던 그녀가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습니다.
“미리암…….”
어디서 많이 들었던 익숙한 목소리…….
“미리암…….”
그녀는 뒤를 돌아보고는 자신의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녀가 그토록 기다리던 단이 그곳에 서 있었기 때문입니다.
환한 모습으로 웃는 그를 대하자 그녀의 모든 근심이 다 사라지는 것 같았습니다.
어느새 청년이 된 모습으로 서 있는 단을 대하자 눈물부터 나오는 그녀였습니다.
그녀의 손을 잡아주는 단의 손길이 얼마나 따뜻하던지…….
그날 밤에 그녀는 잠을 이룰 수가 없을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이상한 것은 단이 나타난 이후에 시므온이 그녀의 집을 찾아오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거리에서 한번 보았을 때도 살짝 웃기만 할뿐 약간 지친 듯한 눈빛만 할 뿐 그냥 그렇게 길을 갈 뿐이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는 단이 그녀로써는 전혀 알아들을 수 없는 이야기들을 많이 할 뿐만 아니라, 랍비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는 화를 내면서 이야기를 하고, 그녀가 들은 단에 대한 소문을 이야기 하면 꼭 화제를 바꾼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녀의 운명을 뒤 바뀌던 날도 차가운 초겨울 바람이 창문 사이로 불어 들던 날이었습니다.
하루 일을 나가지 말고 자신과 지내자는 단의 말을 듣고는 집에 있었던 그 날.
자신의 집에 지금 아무도 없다며 자신의 집을 구경 시켜주겠다던 단을 따라 나서는 것이 아니었는데…….
그 순간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끔 그녀는 두려움이 몰려듭니다.
자신의 집이나 친구들의 집에서는 구경해 보지도 못한 동양의 자기들.
대리석으로 지은 조그마한 방들.
보는 것 모두가 그녀를 황홀하게 하는 것들이었습니다.
그녀의 운명을 뒤바꾼 일은 오후에 일어났습니다.
과일 한 두개를 먹고, 따뜻한 햇볕을 쬐는 그녀에게 자신의 방 구경을 시켜 주겠다고 단이 말을 했었습니다.
단을 따라 그의 방으로 가는 것이 아니었는데…….
미리암을 사랑한다고, 그리고 결혼은 부모님들은 원하지만 자신은 원하는 일이 아니라고, 그리고 그녀와 지금 함께 하고 싶다는 그의 말.
물론 그를 사랑하지만 그럴 수는 없었습니다.
몇 번 대화를 하던 그가 갑자기 태도를 돌변한 것은 그녀와 함께 방에 들어간 지 30분도 안된 시간이었습니다.
집으로 돌아가겠다는 그녀를 잡고 늘어지는 단의 모습은 그녀가 알던 단이 아니었습니다.
발버둥을 치는 그녀를 잡아당기는 바람에 그녀의 머리칼은 엉클어지고, 치마도 한쪽이 찢어져 버리고 말았습니다. 그 악몽.
그 순간 문이 열리며 단의 아버지가 험악한 얼굴로 나타나더니, 웃옷이 벗겨진 단과 미리암의 모습을 보더니 황급히 마당을 가로질러 사라졌습니다.
단도 당황을 했는지 서둘러 옷을 챙겨 입고는 방을 나가버렸습니다.
미리암은 자신이 그렇게 사랑했던 사람이 변한 것과 지금의 자신의 모습 그리고 자신을 보호해 줄 사람이 이 세상에 아무도 없다는 것을 생각하며 눈물을 하염없이 흘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어쩌면 단이 그런 마음이 들게끔 자신이 행동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죄책감마저 들었습니다.
문제는 이제 어떻게 집으로 다른 사람들의 눈을 피해 돌아갈 수 있을까요?
머리를 잠시 다듬고, 찢어진 옷을 가리고는 살며시 방을 나서던 그녀가 본 것은?
단의 아버지가 사람들과 함께 오는 모습이었습니다.
원래 미리암을 별로 좋아하지 않은데다가 오늘의 일까지 보았으니 노여움이 대단할 것이라는 것에 미리암은 숨조차 쉬기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도 있으니 잘 설명을 하면 될 것이라는 생각에 용기를 가져보았습니다.
그리고는 나가서던 그녀에게 갑자기 두 청년이 와서는 잡아서 끌고 가기 시작했습니다.
“아니 어떻게 처녀가 그것도 대낮에 간음을 하다니…….”
“역시 부모님이 없는 고아들은 다르다니깐”
“어떻게 미리암 네가?”
그게 사실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입이 떨어지지 않았고, 자신의 팔을 마구잡이로 잡아당기는 청년들 때문에 그 아픔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습니다.
‘아 아빠와 엄마만 계셨더라도’
‘그래 어쩌면 모두 나의 잘못인지도 몰라. 아 이제 난 어떻게 되는 거지?’
어쩌면 고아라는 자신의 신세를 생각하며 아무도 자신의 말을 믿어주지 않을 것이라고 스스로 낙담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불쌍한 그녀에게 내리쬐던 햇살은 왜 그리 밝던지?
어느새 모였는지 수군거리는 동네사람들의 목소리와 자신이 지금 동네 공터로 끌려가고 있다는 것만 알 수 있었습니다. 차마 그녀는 머리를 들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왜 단은 나타나지 않는 거지?’ ‘한마디만 해주면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 텐데......’
아무도 기다려 주는 사람 없지만 그녀는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습니다.
“간음을 하면 돌로 쳐 죽이라고 했으니 어서 죽여 버립시다.”
“그래요. 더 이상 우리 마을에서는 이런 일이 있으면 안 된다니까요.”
모두들 웅성거리며 한마디씩 해 댑니다.
딱히 나서는 사람은 없지만 아마 해가 지기 전에 이 일을 마무리 할 생각인 것 같습니다.
얼핏 고개를 들어 본 마을 사람들의 모습은 측은한 눈빛이었지만, 그 속에 만족해하는 단의 아버지의 눈빛을 발견하는 순간 그녀는 힘이 빠집니다.
모든 일은 단이 일으킨 일이라고 외치고 싶지만, 발가벗겨진 듯 한 그녀는 아무 말도 못합니다.
“하지만 그 현장에 그녀 밖에 없었고, 정말로 간음을 했는지도 모르지 않습니까?”
시므온의 목소리, 한참동안 만나보지 못했던 시므온이 그 자리에 와 있어주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간음을 했다면 남자는 어디에 있습니까?”
“정말! 간음을 하기는 한 거야?”
여기저기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우리가 직접 보았어요. 남자는 누군지 모르지만 도망가 버렸고요”
단의 아버지와 함께 왔던 청년 중에 한 명이 외칩니다.
“간음한 여자는 현장에서 잡히면 언제나 돌로 때려 죽였는데 뭘 망설입니까?”
“그래요. 빨리 해결합시다.”
“잠시 만요. 우리 랍비에게라도 찾아가서 물어봅시다.”
“상황이 애매모호하지 않습니까?” 시므온의 간절한 소리가 들립니다.
“까짓것 그럽시다. 예수라고 하는 랍비가 우리 마을에 들어왔다는데 한번 가서 그 잘난 척하는 입술로 우리에게 뭐라고 할지나 한번 들어봅시다. 그래봐야 그도 별 수가 없을 것이니 돌이나 하나씩 들고 가죠. 뭐 허허허. 하필이면 우리 집에서 이런 일이 일어날게 뭐람”
모든 것이 해결 된 듯 자신만만한 단의 아버지 목소리는 은근슬쩍 자신의 아들은 이 일에 아무런 상관도 없다는 것을 증명해 보인 것에 대한 만족함이 짙게 배어 있습니다.
또 다시 짐짝같이 그녀는 우르르 몰려다니는 군중 속에 끼어 어디론가 향합니다.
그 동안 그렇게 많이 다닌 동네 길인데 왜 그리 낯선지?
그 길이 십년 이 십년 길은 되어 보입니다.
어느새 서녘으로 해가 지는지 그림자들이 길어졌습니다.
동네 우물가로 끌려간 그녀를 둘러싸고 돌을 든 사람들이 언뜻 언뜻 보입니다.
과연 예수라는 랍비는 무엇이라고 말을 할까?
남자 위주의 세상에서 자신처럼 힘없는 여인을 보호해 줄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렇게 자신을 사랑한다던 단도 어처구니없이 자신을 이렇게 만들고 도망을 가 버렸고,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의지하던 시므온도 나약한 모습으로 있을 수밖에 없는데 말입니다.
‘엄마, 아빠를 만나겠구나.’ 그녀는 오늘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행복한 시간이 어떻게 악몽같이 변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청년들이 미는 바람에 쓰러진 그녀는 다시 일어날 힘이 없습니다.
“당신이 예수인가요?”
“당신이 하나님의 말씀을 전한다고 들었소. 여기 간음하다 현장에서 잡혀 온 여인이 있소. 우리에게 무어라 말씀 하실 건가요?”살기등등해진 그들의 말에 예수라는 분은 한 마디의 말도 없습니다.
이미 눈물이 고여 뿌옇게 보이는 마을 풍경 속에 한 사람이 허리를 굽히고는 뭔가를 열심히 쓰는 모습이 보입니다.
눈물이 고여 뿌옇게 보이는 다른 사물에 비해 예수라는 분의 모습은 왜 그리 뚜렷이 보이고, 왜 그리 평온해 보이는지 그녀는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마을 우물가에 죄지은 사람으로 언제 죽을지 모르는 모습으로 내팽개쳐진 그녀의 눈에 예수님의 어깨가 왜 그리 무거워 보이는지 도저히 이해 할 수가 없었습니다.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먼저 돌을 던져라”
그게 미리암 자신을 두고 하는 말인지, 예수 자신을 두고 한 말인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자신만만해 하는 너부터 한번 던져보아라.’
그리고 영원 같은 시간이 흘렀던 것 같습니다.
돌멩이가 하나 둘 떨어지는 소리, 사람들이 하나둘 멀어져 가는 모습만이 있을 뿐이었습니다.
“모두 가 버렸구나. 나도 너의 죄를 묻지 않겠다. 다시는 그런 죄에 빠지지 말고 살아라.”
그리고는 다시 어디론가 사라져 가셨습니다.
학교를 다녀 본 적이 없는 그녀로써는 읽을 수 없는 글자였지만 왠지 그곳에 사랑과 연민과 고뇌가 가득한 것 같아서 다시 눈물이 흘렀습니다.
다시 얻은 생명.
그 후로 며칠이 지나서야 사건의 진상이 밝혀졌고, 단과 약혼을 했던 집에서 파혼을 알려 왔었습니다. 결국 단의 집은 마을 사람들의 눈치가 있어서였는지 몰래 이사를 가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시므온은 그녀의 사정과 지금까지의 일을 모두 알고는 그녀에게 정식으로 청혼을 해 왔습니다. 물론 시므온의 집안 반대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시므온이 원체 자신의 태도를 분명히 하자 결국 축복하며 결혼을 시키기로 부모님들도 찬성을 했습니다.
그래서 얻은 아들 사무엘.
한나와 같은 마음으로 아들을 하나님께 드리고 싶어서 지은 이름 사무엘.
그날 자신에게 새 생명을 주었던 예수님이 바로 하나님이라는 것을 그녀는 압니다.
그리고 그날의 고뇌와 사랑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죄 없는 자가 먼저 돌을 던져라”
죄 있는 자에 의해 돌아가신 죄 없는 분 예수. 그분의 부활을 믿으며 다시 오심을 그녀는 기대합니다.
그 우물가에서 만나 주셨던 것처럼 그날에 또 만나게 될 것입니다. 그 분의 나라에서.
그 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