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트라우마
지진이 일어난지 3주가 어떻게 지났는지 모르게 지났습니다.
농담삼아,
네팔선교사는 이제 지진 이전 시대와 지진 이후 시대가 나뉜다고 말합니다.
그 전에는 왕정시대(마오내전과 왕총격사건 계엄령등)와 민주주의시대로 나뉜다고 말해 왔습니다.
그 동안 네팔에서 참 많은 경험을 하고 살았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살았다면 경험해 보지 못했을 수 많은 가난과 위험에 노출되어 살아왔습니다.
지진이라는 것이 힘든 것은, 내가 믿었던 기반이 무너져 내리기 때문일까요?
시도때도 없이 흔들 흔들 삶의 기반을 흔들고 지나갑니다.
누군가는 삶을 잃고, 누군가는 가족을 잃고, 누군가는 모든 재산을 잃고, 누군가는 희망을 잃었습니다.
카트만두의 무너져내린 건물과 초토화되어버린 시골의 마을들을 보면서 마음이 멍해집니다.
감각을 잃은 마음이 되어버렸습니다.
이들이 불쌍해서 눈물이 나야하는데, 두려움에 그리고 사명감에 눈물 조차 말랐습니다.
그래서 속은 병들어 가는 것 같습니다.
지진의 두려움과 앞으로의 긴 복구기간이 우리를 참 힘들게 합니다.
여진의 공포에 수도 없이 밤에 잠이 깨어서 늘 몸은 찌뿌둥하고 멍합니다.
기억력감퇴를 호소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제 어느 정도 1차 구호가 끝나면 몸살이 나고, 드러눕는 이들이 발생할 것이고, 쉼이 필요해 네팔을 잠시 떠나야 하는 이들도 있게 될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 아내와 아이들을 공포 속에 노출 시키면서 네팔에 왜 있어야 할까요?
수 없이 논쟁이 되어 왔던 주제입니다.
위험의 순간에 떠나야 하는가? 남아서 이들을 도와야 하는가?
정답은 없습니다.
누군가는 도저히 견딜 수 없다면 떠나 있음이 약입니다.
누군가는 이 곳에 남아서 이들을 도와야 합니다.
다행히 아이들도 아내도 아직은 견딜만 한 것 같습니다.
여진의 기운이 사라지고 또 다른 2, 3주가 지나면 그 때나 다시 이 때를 돌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
저희는 내일 1차 구호의 마지막을 하려 신두팔촉으로 갑니다.
자체 진단으로 1차 구호보다 2, 3차 구호와 재건에 더 많은 자금과 에너지가 필요하다고 판단되어서 우기철에는 잠시 휴식기를 가집니다.
앞으로 긴 시간 멀리보고 달려야 합니다.
이 땅을 더욱 사랑하고 네팔 사람들을 더욱 사랑하고 일할 수 있도록 기도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