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니의 여행과 글

소확행

지니와 유니 2021. 8. 19. 11:43

소확행은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뜻한다.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수필집 『랑겔한스섬의 오후』에 등장하는 말이다. 갓 구운 빵을 손으로 찢어 먹는 것, 서랍 안에 반듯하게 접어 돌돌 만 속옷이 잔뜩 쌓여 있는 것, 새로 산 정결한 면 냄새가 풍기는 하얀 셔츠를 머리에서부터 뒤집어쓸 때의 기분을 소확행이라고 했다.--인터넷백과사전에서-

1980년대 일본 경제버블이 꺼지면서 힘들었던 일본인들의 삶의 방식이 바뀐 부분이 있다. 이것이 현재는 전세계적인 추세가 되어 버렸다. 경제는 더 좋아지고, 예전에 비하면 더 살기 좋아졌지만, 그와 함께 여러가지 여건이 자신을 만족스럽지 못하게 한다.

그래서 소소하지만 확실하게 얻을 수 있는 행복을 추구하게 되었다. 이것은 꿈을 포기하고 현실에 안주하겠다는 뜻으로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잘 살펴보면 현재의 소소한 행복조차 누리지 못하는 사람이 미래의 행복을 어떻게 누릴 수 있겠는가.

하루 일과가 끝나면 매일 아내와 산책을 한다. 어제는 아이들이 따라 나섰다. 이왕 산책하는 길에 게임을 했다.

동네에 있는 꽃들을 모아서 더 많이 모으는 팀이 이기는 경기.

아이들은 신이 나서 꽃을 찾는다.

1시간여의 산책 중에 찾은 꽃은 대략 38종(더 많은 꽃이 있었지만, 남의 집 꽃이라 따지 않은 꽃까지 하면 더 많다)

아주 소소한 행복.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이 날이 그렇게도 그리울 것이다.

멀리 있는 파랑새보다 바로 앞에 있는 이들과 누리는 소확행.

이렇게 또 하루가 진다.

추억의 책갈피에 사진 한 장 또 넣어 본다.

우리에게 주어진 가장 소중한 금이 세 개 있단다.

황금, 소금 그리고 지금.

지금 이 순간...

드라마 "눈이 부시게"-이 드라마를 보진 못했다.-

하지만 이 마지막 대사는 마음 찡하고 진한 감동을 준다.

내 삶은 때론 불행했고, 때론 행복했습니다.

삶이 한낱 꿈에 불과하다지만 그럼에도 살아서 좋았습니다.

새벽에 쨍한 차가운 공기, 꽃이 피기 전 부는 달큰한 바람, 해질 무렵 우러나는 노을의 냄새...

어느 하루 눈부시지 않은 날이 없었습니다.

지금 삶이 힘든 당신, 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당신은 이 모든 걸 매일 누릴 자격이 있습니다.

대단하지 않은 하루가 지나고 또 별거 아닌 하루가 온다 해도 인생은 살 가치가 있습니다.

후회만 가득한 과거와 불안하기만 한 미래 때문에 지금을 망치지 마세요.

오늘을 살아가세요, 눈이 부시게!

당신은 그럴 자격이 있습니다.

누군가의 엄마였고, 누이였고, 딸이었고,

그리고 '나'였을 그대들에게...

매일 매일이 참 소중함을 느낀다.

새벽부터 노트북을 켜고 8월에 하기 시작한 일과를 시작한다. 저녁이면 반복되는 산책을 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가장 소중한 시간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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