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지에 올 때 부모님이 쥐어 주신 500만원이 전부였습니다.
혹시 몰라 한국에서 식기와 옷가지를 챙겼는데 이민백 2개가 가진 것의 전부였습니다.
한달에 얼마되지 않는 후원금으로 비자비 내고, 학비내고, 집세 내고 해서 4년 6개월이 지났더니 4식구 한국 올 비행기값이 남았습니다.
50원하는 템포를 타고 다니고, 자전거를 타고 다니고, 시간이 조금 지나 스쿠터에 5식구가 타고 다녔습니다.
불편하지만 불행하지는 않다고 생각하면서 살았습니다.
옷도 늘 입는 옷만 입고, 남이 준 가구에 낡은 식기들이 있습니다.
그래도 중고품이고 버릴 것 같은 물건이지만 잘 쓰면서 살고 있습니다.
아직도 나이트버스를 타고 다니고, 왠만하면 목회자의 집에서 잠을 자고, 달밧으로 함께 합니다.
그렇게 가난한 척 살아도 전 가난하지 않습니다.
척척 고기를 사 먹을 돈이 있고, 원하면 비행기도 탈 수 있고, 목회자들에게 용돈도 쥐어 줄 수 있습니다.
제 돈은 아니지만 교회도 짓고, 신학교도 건축하고 있습니다.
아이들 학비를 늘 걱정하지만 늘 채우시는 은헤를 누리고 살았습니다.
그렇게 그들 곁에 있고 싶어도 전 가난하지 않아서 그들과 함께 하는 것이 참 어렵습니다.
밥 한끼를 사 주고 싶어도 돈이 없어서 얻어 먹을 수 밖에 없는 그들.
버스비를 척 하고 내어주고 싶어도 버스비를 내어주면 고마워해야 하는 그들.
늘 좁은 방에 자다가 같이 호텔에서라도 자면 어색해 하는 그들.
한번도 먹어보지 못한 호텔식사를 하면서 메뉴판의 음식이 뭔지 모르는 그들.
나이도 어린 선교사에게 교회를 위해서 뭔가를 부탁해야 하는 그들.
가방 하나면 모든 것이 해결되어서 더 이상 넣을 것이 없는 그들의 삶.
그래서 그들 곁으로 가는 것은 늘 저에게는 가슴 아픈 시간입니다.
잠시 몇 일 그들 곁에 있어주고, 맛난 것도 같이 먹고, 기도도 하지만 그들은 그곳에 남고 저는 편안한 삶으로 다시 돌아옵니다.
아무리 가난한 척을 해도 전 가난하지 않아서 그들에게 아픔을 주는 것 같습니다.
무언가 주어야 하는 선교사로 삽니다.
뭘 줄 수 있을까요?
그들의 삶과 동일하게 살기에는 저는 너무 부자이고, 그것을 견디지 못할 것입니다.
그냥 그들을 걱정해 주는 것, 내가 누리는 이것들을 그들도 한번 누리면서 살았으면 하는 작은 바람이 저의 소망입니다.
그래서 언젠가 그들도 저처럼 가난한 척을 하면서 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가진 것은 많지만 가난한 자들을 위해서 가난한 척 해 줄 수 있는 삶.
하나님이셨지만 사람으로 사셨던 예수님처럼 말입니다.
세상의 모든 것이 자신의 것이지만 기꺼이 가난하기를 선택하셨던 예수님처럼 말입니다.
'내 마음의 성경묵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세례요한 (0) | 2015.06.28 |
---|---|
은혜 누리기 (0) | 2015.06.27 |
복의 통로 (0) | 2015.06.14 |
룻기 성경공부 (0) | 2014.06.04 |
라합만큼만 분별력이 있어도 (0) | 2014.02.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