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이야기

산페, 빠일방문(2015. 06. 17-20)

지니와 유니 2015. 6. 22. 01:31

 

오랫동안 방문하지 못했던 어참을 방문합니다.

버스로 31시간이 걸렸습니다. 집에서 33시간만에 산페에 도착해서 여정을 풉니다.

이번의 여정은 저의 마음을 참 아프게 했습니다.

지진으로 인해 수 많은 선교사와 구호단체가 중부지역인근으로 몰려서 극서부는 앞으로도 한참동안 소외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수 년은 다니는데 별반 변한 것 같지 않은 삶의 모습들이 저의 마음을 무겁게 하고, 과연 이들에게 소망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저를 무겁게 합니다.

사진의 할머니가 곡물을 말리고 터는 모습이 정겹기보다 그 삶의 무게에 마음이 아팠습니다.

언제나 이들의 삶은 조금 나아질까.

함께 오려던 팀들이 모두 취소되고 혼자 밟은 이 땅에서 나는 무엇을 만나게 될까요?

오늘은 빠일교회에서 헌당식을 합니다.

빠른 길이 막혀서 오토바이로 4시간이 걸려서 도착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는 개척한지 얼마 되지 않은 쩌우꾸떼교회도 방문해 봅니다.

산골짝에까지 복음이 전해지고 어려운 가운데서도 믿음을 지키고 복음을 전하는 사람들.

그들이 바로 감동입니다.

신학적으로 부족하고, 신앙적으로 여리고, 재정적으로 열악하지만 그 어려움 가운데서도 지켜 나가는 주님의 나라가 감사했습니다.

마음 아픈 소식들도 있지만 그래도 성장해 가는 교회들을 만나는 것은 은헤입니다.

교회 건축이 재정적 어려움으로 잠시 멈춘 교회, 바람이 불어서 지붕이 날아간 교회(멍걸센교회), 목회자가 어려워서 목회를 포기한 교회(비나약교회)도 있었지만 그래도 믿음을 지켜 가는 이들과 드리는 예배는 은헤입니다.

 

돌아오는 길에 만난 달과 두 별의 모습이 참 정겨웠습니다.

내가 곁에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하시는 음성 같았습니다.

그냥 태양 곁을 돌기만 해도 봄여름가을겨울 계절이 바뀌고, 꽃이 피고 열매가 열립니다.

비가 오고 눈이 옵니다.

그렇게 곁에만 있어도 은혜가 됩니다.

언제나 또 다시 오려나요?

길을 떠나는 딸(시집을 가서) 아들(일을 하려 인도로 가는)을 바라보는 시골 아낙네의 모습이 가슴 아팠습니다.

네팔은 지금 청년들이 한국으로 일본으로 동남아로 중동으로 가까이는 인도로 일하러 가서 텅텅비어가고 있습니다.

그들이 그렇게 노력해서 벌어온 돈으로 지은 집들이 그렇게 허무하게 사라져갔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누군가의 눈길이 쏠려 극서부는 또 소외되어 갑니다.

그래서 그 땅에 가려 합니다.

12시간이 넘어가면 온 몸이 쑤셔 오지만 그래도 한번이라도 더 그 땅에 가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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