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는 땅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
오늘(2010년 7월 24일) 한국을 떠날 시간을 얼마 안 남기고 메일을 썼다.
그 내용은 그리움에 대한 이야기였다.
시간이 갈수록 나이가 들어갈수록 왠지모를 그리움에 사로잡힌다.
우리 인간은 모두 고향을 떠난 나그네이기 때문일까?
창원에서 태어나서 2살 때 진해로 이사를 왔다. 그래서 내 기억속의 고향은 늘 진해였다.
그리고 대학교 1학년이 되어서 안양으로 왔었다. 그렇게 첫 부모님과의 이별이 시작되었다.
그렇게 안양에서 10여년을 살았고, 그 동안 철원에서 군생활. 1년간 수원에서 살기도 했다.
그 후 아내와 결혼해서 10년을 네팔에서 살았다.
이제 부모님은 서울에 사셔서 안식년동안 서울 생활도 해 봤다.
생각해보면 그립지 않은 곳이 없다.
생각해보면 그립지 않은 이가 없다.
어린 시절 다녔던 학교, 놀았던 들판들...
이제는 30여년을 함께 했던 고향집도 사라져버렸지만, 잊을 수 없는 땅.
그리고 잊을 수 없는 친구들.
내 청춘의 가장 아름다운 날 대학시절과 사랑하는 사람들.
사람의 기억은 참 허무하기조차 하다.
그 곳에 왜 갔는지 누군가와 갔는지 사진을 꺼내보지 않으면 기억조차 못하는 일이 다반사이다.
그래서 어떤 추억들은 아예 기억속에서 사라져버려, 그 때 했던 일도 함께 했던 사람들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렇게 아름다웠던 추억이었는데 말이다.
그래서 그래서 더욱 아련하게 떠오르는 그 추억이 그리운가 보다.
아이들은 지금 만들어지는 추억들의 소중함을 알 수 없다.
그들에게는 펼쳐진 미래가 앞으로 만날 사람들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나 역시 그렇게 살았다. 그런데...그리움이 얼마나 무서운지 요즘 알게 되었다.
아브라함의 삶에서 고향과 친척과 아비의 집을 떠나야 하는 현실은 곧 죽음이었다고 본다.
다시는 다시는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땅.
다시는 만날 수 없는 사람들. 비록 그들을 별로 사랑하지 못했을지라도 그들이 그리웠을 것이다.
마지막이라면 소중하지 않은 시간도
소중하지 않은 인연도 없건만.
시간이 지나면 그 때 좀더 사랑하지 못했음을.
주소라도 하나 남겨 놓지 못했음을.
사진이라도 찍어 기억속에서 사라지는 것을 막지 못했음을 후회하게 된다.
간혹은 네팔의 우리집(어디가 과연 우리집인가?)의 방구석에 앉아
그리운 사람들 그리운 나라 그리운 부모님을 생각하면서 멍해지기도 한다.
가장 사랑하는 아내와 가장 사랑하는 아이들이 곁에 있어도 그리움이 사무치기도 한다.
그래서 다시는 헤어짐이 없는 그 곳을 그리워한다.
내 진정한 본향 그곳을 소망한다.
다시는 이별이 없는 곳, 다시는 죽음이 없는 곳
다시는 눈물 흘릴 일이 없는 곳.
나이가 들어가면서 사랑하는 이들이 하나 둘 곁을 떠난다.
새로운 사람들을 사귀지만 오랜 친구가 오랜 추억이 그립다.
다들 어디에서 어떻게 살아가는지 그립다.
그들도 나를 기억하고 그리워해 주면 좋겠다.
우리가 다시 돌아갈 카트만두...
그곳에서 그대들을 그리워할 것이다.
곧 내가 부모님 곁을 떠나갔던 내 곁을 떠나갈 아이들의 잠든 모습을 보면
힘이 빠지기도 한다.
그래서 더 예쁜 추억을 만들어 주고 싶다.
우리 아이들이 우리를 기억하고 그리워할 수 있도록...
우리가 떠난 후에 남겨질 가족들이 걱정된다.
그들이 안게 될 그리움이라는 이름이 두렵다.
인터넷으로 메일을 하고, 국제전화를 하고, 사진을 찍어 보내지만
함께 하지 못하는 안타까움.
그 안타까움은 10년이 지난 지금이 더 커졌다.
앞으로 이 땅에서 만날 날이 점점 줄어가기에...
10개월동안 더 사랑하지 못했음을
오늘 "사랑합니다"라고 말하지 못했음을 후회하지만
사랑표현에 늘 약한 나를 발견한다.
그렇게 그리움에 사무치면서...
"몸 건강히 안녕히 계세요"라고 말하고 나면 울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아서
헤어짐의 그 날은 떠올리고 싶지 않다.
그래도 또 다른 우리의 집
카트만두로 우리는 떠난다.
그곳에서 해야 할일과 하나님이 애타게 기다리시기기에...
어느 곳에나 계신 하나님만이 우리를 연결해 주실 것이다.
사랑으로.
모두가 그리운 모두에게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은 밤에
'지니의 여행과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지니의 설교(2011년 6월) (0) | 2011.06.27 |
---|---|
내가 가는 이 길 끝에는... (0) | 2011.05.05 |
어디서 자는 잠이 최곤가? (0) | 2010.07.21 |
네팔 동서횡단(2) (0) | 2010.07.11 |
네팔 동서횡단(1) (0) | 2010.07.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