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5일 토요일 오전 11시 55분경
아이들은 공부를 하고 아내는 쉬고 저는 책을 읽고 있던 시간에 땅이 흔렸습니다.
지진을 몇 번 경험했기에 빨리 나가면 되겠지 했지만 "어" 생각보다 시간이 길어집니다. 강도가 강해집니다.
아이들은 울면서 뛰쳐나가고, 아내도 나갔는데 나와보니 막내 희진이가 안 보입니다.
제가 급하게 뛰어들어가니 1층의 사무실에서 희진이가 울고 있습니다.
부둥켜 안고 나오려는데 천장의 상드리에가 좌우로 요동을 칩니다. 이럴 때는 기둥에 서서 기다려야 합니다.
5초 10초 멈추질 않습니다. 이러다 집이 무너지는구나 하는 생각에 무조건 마당을 뛰었습니다.
1분여의 시간은 영원같았습니다.
나와보니 저희집 담벼락은 무너졌고, 오토바이는 쓰러져 있고...
넘어질 오토바이를 세우러 가는데 1시간이 지나서야 겨우 자리에서 일어날 수 있었습니다.
도저히 무서워서 건물 가까이 갈 수 없었습니다.
담벼락을 보는 순간 알았습니다.
뭔가 엄청난 일이 터졌구나.
희진이만 뭔 상황인지 몰라하고 아이들은 공포에 질렸습니다. 2층에 있던 지윤이(큰딸)은 한동안 울었습니다.
그 다음에 이어지는 계속되는 여진들...그 하나 하나가 그 동안 겪은 어떤 강도보다 강했습니다.
도처의 담들이 무너졌지만 다행히 새로지은 건물들은 지진을 이겨냈습니다.
많은 이들이 안전한 공터로 나오고 여진을 피해 밖에서 잘 준비를 하기 시작합니다.
한국교민과 선교사들도 대피를 합니다.
몇 시간 후 용기를 내어 들어가 본 집은 난장판입니다.
인근의 집이 조금 금가고 대피장소가 없는 선교사 동료(현재 한인교회 담임목사)의 가정이 저희 집으로 대피를 했습니다.
다행히 저희 외곽의 마당이 있는 집이라서 공터가 아닌 저희집 마당을 대피처로 삼았습니다.
시간이 날 때마다 하나 하나 주방용품을 밖으로 빼어서 장기전을 준비합니다.
한글학교와 한인교회 들어가는 입구의 담이 다 무너졌습니다.
한인교회의 중고등부실의 한쪽 벽이 뚫려 버렸습니다.
저희 동료 선교사 가정의 물탱크 근처가 균열이 생겼네요.
이제 최초지진으로부터 72시간정도는 대피를 해야 합니다.
현재 3일째 되는 밤인 지금도 저희 가정은 마당에서 자고 있습니다.
네팔을 위해 모든 사람의 안전을 위해서 기도합니다.
임시로 마련된 차고(저희는 차가 없지만 차고가 있는 집이 이럴 때 중요한 것을 이번에 처음 알았습니다) 숙소와 부엌입니다.
한인교회 예배는 각자가 모일 수 있는 곳들에서 가정예배와 그룹예배로 드렸습니다.
일부 손실을 본 인근의 구가옥들입니다.
시간이 날 때마다 필요한 것들을 하나 하나 꺼내옵니다.
그래도 닭도 팔고 조금 안정이 되어서 물건들을 팔고 있습니다.
오래 버틸려면 잘 먹어야 할 것 같습니다.
저희 집으로 대피한 두 가정과 저희 아이들.
2일째(26일) 밤에 비가 옵니다. 하지만 무서워서 실내로 못 들어갑니다.
네팔사람들은 얼마나 어려울까요?
불안과 공포로 뒤척이던 밤이 지나고 새벽녘이 꿀잠의 시간입니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서 상할지 모르는 어묵부터 먹어치웁니다.
다행히 3일째부터 전기가 공급되고 있습니다.
조금 안정이 된 후에 짐 청소를 위해서 들어가 봅니다.
낮마다 밤새 젖은 침낭을 말립니다.
다행히 그동안 준비해 둔 여러 용품들이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아직도 여진이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시간... 수 많은 사람들이 죽고 삶의 터전을 잃은 시간.
이렇게 밖에서 자는 형편이지만 감사합니다.
고통받는 이들에게 미안해서 쉽게 내 뱉기 힘든 말이지만 거저 감사할 뿐입니다.
앞으로 버텨나가고 인내해야 할 그리고 감수해야 할 수많은 시간을 위해 기도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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